(시작하기에 전에… 옛날 얘기를 좀 하자면)
2013년 NHN NEXT가 시작했을 때 프랑스에서도 새로운 SW교육을 시도하는 학교가 생겼다는 뉴스를 들었었다. 당시에는 낯선 나라에서 다른 방식으로 교육한다는 얘기만으로도 신기하고 비슷한 측면도 있겠구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코드스쿼드>를 시작하고 마스터들이 직접 코드를 꼼꼼하게 리뷰하면서 진행하는 마스터즈코스를 직업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아한테크캠프”와 같은 기업 교육을 진행하다가 우연히 에콜에 직접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함께 출장다녀온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그들과 우리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
에콜을 운영하는 프랑스 람들이 단지 더 쿨한건가?
새로운 이사장이 걱정했던 것처럼 넥스트에서는 세상의 모든걸 다 가르치려했던가? 반대로 학생들이 이거만 배워도 되나 걱정도 했었다.
넥스트에 교육했던 아름답고 혁신적인 수업은 — 교수나 선생님들도 받아본적도 없고 해 본적도 없는 말그대로 SW교육 실험이었다. 다양성이 주는 복잡성을 컨트롤하려 하기보다는 수용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고 서로 성장하는 방법도 배웠었다.

그래서 그런건지 그곳에 방문하기 전까지는 사라진 넥스트와 지금의 코드스쿼드 교육 방식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질문꺼리가 정리되지 않았다.

설립 배경

프랑스 교육제도는 전형적인 엘리트 교육이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재능있는 청년들이 끝까지 교육을 받기보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점점 IT기업들은 더 재능있는 개발자들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기존 교육시스템만으로 충족되기는 어려운 현실이었다.

전문 사립학교 EPITECH에서 운영하는 3년+2년 커리큘럼을 다양한 출신의 청년들에게 무상으로 동일하게 제공하는 비영리 학교가 에콜42인 것이다. 에콜의 입학시험으로 유명한 ‘Piscine’도 EPITECH 신입생들이 하던 방식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값비싼 EPITECH와 달리 무상 교육으로 많은 인원들을 지원해줘야 하다보니 학생들이 스스로 해야하는 게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학교 이름 — ‘42’는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Deep Thought 컴퓨터가 찾아낸 해답에서 유래했다.

교육 철학

에콜은 대부분 알려진 것처럼 “SW교육을 혁신하겠다”는 것보다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출신의 청년들에게 고품질 CS 교육에 대한 기회를 주는 것”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 컴공 커리큘럼 그대로 무상 교육을 해주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긴하다)

운영 방식

2) 효율적인 학습 방식
*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우는 PBL 기반
* 프로젝트는 솔로/그룹 프로젝트로 나뉘며 Tier1에서 Tier7까지 난이도가 나뉘고, 난이도에 따라 얻는 경험치도 다름.
* 서로서로 리뷰를 통해 성장하는 Peer-to-Peer 리뷰으로 진행

3) 오프라인 협업을 강조
* 개인 작업은 온라인에서 리모트로 해도 되지만, 최종 소스코드를 시스템에 커밋해서 리뷰를 받으려면 학교에 나와야 함
* 작업 내용을 올리면 랜덤하게 리뷰어가 3명 이상 선정됨. 리뷰어에게 합격을 받아야만 해당 프로젝트는 통과되고 경험치를 얻음
* 그룹 프로젝트에서는 팀원의 최저점수가 팀의 점수가 됨
* 아무리 문제를 잘 풀어도 다른 사람의 학습이나 리뷰를 도와줘야만 함
* 만약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자주 있는 오프라인 그룹 프로젝트에서 걸러짐

4) 교과서도 없고, 교수도 없고, 학비도 없다!
* Bocal 이라는 스탭조직은 있다. 학교 네트워크나 장비 인프라를 관리하는 팀이 있다. 간혹 새로운 문제가 생겨서 학생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해도 얄밉게도 알아서 하라고 한다고.
* 파리에는 아카데믹 팀이 있어서 한달에 한두번 정도 문제를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영어로 번역해서 미국 사이트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한다.

커리큘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에콜의 교육 인프라와 커리큘럼은 어느정도 공개되어 있다.

큰 흐름은 첫 관문인 “La Piscine” 기간 28일 동안 C언어를 학습하고, C기반으로 간단한 함수를 만드는 것부터 Linked-List, Tree, Stack 같은 자료구조를 만들거나 stdlib에 있는 함수를 만드는 것까지 시스템 프로그래밍 수준을 학습한다.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인가? 그래서 이 기간이 가장 빡쌘 시험이면서 CS의 로우레벨을 스스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

본 과정은 크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혁신, 인프라, 자기계발, 기업가정신 — 5가지 카테고리와 카테고리별로 세부적인 분야로 나눠지고, 분야별로 여러 Tier로 나뉜 프로젝트 문제가 있다. 카테고리별 분야는 아래 표를 참고하자. (참고로 에콜에는 없지만 EPITECH에는 영어 글쓰기나 발표 수업도 있다고 한다.)

표에서 분야별 샘플 프로젝트를 보면 어떤 문제로 해당 분야를 공부하게 되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커리큘럼 맵 중심에서 시작해서 분야별로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프로젝트 미션을 해결하면서 레벨을 올려야 한다. 마치 게임의 맵처럼 이전 단계 프로젝트를 패스해야 다음 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개발환경에 플러그인 만들기나 쉘스크립트 작성하기 같은 맵에서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미션도 있다.
그리고 “Piscine” 테스트가 처음에만 있는게 아니다. 그 후에 C++처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미션은 보통 2주정도 기간동안 화이트보드 코딩, 코딩인터뷰같은 방식으로 집중해서 진행한다.

파리에서는 레벨10(1년차) 정도에 회사 경험을 위해서 인턴을 해야 다른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반면에 실리콘밸리는 인턴으로 취업되면 그대로 입사되는 경우가 많아서 인턴 제약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La Piscine”을 통과하고나서 3년동안 공부하는 커리큘럼과 1년동안 더 촘촘하게 공부해서 마치는 Starfleet 커리큘럼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 스타 트랙에 연합군 교육 시설이름과 같다! SF소설과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듯… 🙄)

학교시설

공용 공간은 오전에 과일이나 채소를 나눠주는 부엌과 2층은 “La Piscine” 기간동안 매트리스가 가득한 침실이 되기도 하고, 해커톤을 열거나 그룹 프로젝트를 위해서 삼삼오오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탁트인 공간이다. 극장처럼 만들어진 이벤트홀에서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기업에서 와서 발표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실리콘밸리 42 공간은 파리보다 넓어서 1층에 소규모 강의실도 있고, 스탠포드 교수님이 지원해주고 있는 로보틱스 클럽 공간도 있다. 그래서 파리보다 기업 연계 프로그램도 많고, 고등학교 지원 프로그램처럼 더 다양한 활동이 많다.

학교생활

에콜은 기본적으로 주당 50시간 이상 공부하라고 권장한다. (엄청나다!?)

홈페이지에는 클럽 활동이나 Lab 연계가 엄청 많은 것 같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꾸준히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로보틱스 클럽을 제외하고는 처음 주도해서 만들었던 학생이 그만두고 나면 그만큼 활발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을 올리는 것과 함께 에콜 인프라에는 지갑(wallet)에 포인트가 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방문객에게 인터뷰를 한다거나, 다양한 활동으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심지어는 인프라에 온라인 벼룩시장이 있어서 포인트로 티셔츠를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과 필요한 것을 사고파는 거래를 할 수 있다.

파리 캠퍼스는 파리 17구역에 있어서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반면에 실리콘밸리는 Bay Area에서 (페이스북 오피스가 있는 Menlo Park에서 다리건너편) Fremont 지역에 있지만, 주변의 집값이나 물가 때문에 생활비가 비싼 편이다. 그래서 600명 정도가 거주할 수 있는 기숙사를 운영한다.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매달 충족시켜야 하는 기준이 있다.

파리는 30% 정도가 외국인이라고 하지만, 미국은 비자문제 때문에 미국인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다양성 측면에서는 파리가 훨씬 열려있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외부연계

파리나 실리콘밸리 모두 기업파트너들이 있어서 새로운 형태 인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 규모있는 그룹 프로젝트에 대해 전문가들이 멘토링을 해주기도 한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파리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자생하기 위해 기업 연계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요약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넥스트가 시도했던 방법들과 커리큘럼, 교육 방식 등은 충분히 의미있었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아쉽다 ㅜㅜ)
특히 코드스쿼드에서 하는 교육 방식은 학생이 스스로 프로젝트 문제를 단계별로 해결하면서 해당 분야를 자기가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방식은 에콜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마스터가 중심이 되서 멘토링을 하는 방식에서 다른 부분도 있다. 에콜은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공부하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져 있다보니 랜덤하게 P2P 상호리뷰도 가능하고, 그 많은 인원에 대한 학습을 멘토링하는 멘토가 없을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세부적인 것을 모르는 학생들끼리 결론을 내리다보니 학습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나 지식의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내년부터는 삼성에서 다시 SW멤버십을 부활시킨 아카데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고, 또 과기정통부는 무상으로 교육하는 에콜과 비슷한 SW 혁신학교를 만들어서 운영한다고 한다. SW 개발을 배우기 위한 기회는 많아지고, 환경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드스쿼드는 앞으로도 고품질 SW교육 분야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각 분야별 교육 커리큘럼을 꾸준히 개선해서 다른 교육 기관들과 경쟁할 예정이다. 😎

참고자료

파리 에콜42 취재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tYRHbqlr1A

혁신아카데미 설립뉴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508020

에콜42 방문블로그
https://m.blog.naver.com/rmazinga/221359914866

4차산업혁명 — 교육패러다임의 대전환 다큐멘터리
https://www.youtube.com/watch?v=fkaAk-GIxLY

EPITECH 커리큘럼
http://www.epitech.eu/bachelor-informatique.aspx